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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청춘] ⑧ 1타 강사 꿈꾸는 농업 마이스터 이호명씨
  • 2023-03-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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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이호명 진천 부자농원 대표
이호명 진천 부자농원 대표

[촬영 천경환 기자]

(진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영어, 수학 전문학원처럼 농업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으면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충북 진천에서 부자농원을 운영하는 이호명(39) 대표는 딸기 재배 농민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한 인물이다.

연 매출 7억원이 넘는 성공한 청년농, 딸기재배 특허 기술을 보유한 신지식농업인, 농업 분야 최고 장인 '농업 마이스터' 등 그를 소개하는 수식어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성공의 잣대를 뛰어넘어 '배워서 남 주자'를 모토로 농업계 1타 강사가 되는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그의 지금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하고 실증하는 노력이 퍼즐처럼 맞물려 일궈낸 삶이다.

수박 농사를 짓는 부모 밑에서 자란 그에게 농사는 일상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고단한 농사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했고, 그에게 항상 다른 직업을 권했다.

그런 분위기에 이끌려 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통신회사에 취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감이 몰려왔다.

인터뷰하는 이호명 대표
인터뷰하는 이호명 대표

[촬영 천경환 기자]

그는 "농사짓는 부모님의 수입이 나보다 훨씬 많은데 윗사람, 아랫사람 눈치 보며 정년까지 채우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9년 사표를 내던진 그는 곧바로 한국농수산대학에 다시 들어가 딸기 재배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딸기에 주목한 것은 여름 과일인 수박 출하가 끝난 뒤 농한기 격인 겨울에 재배할 수 있는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들의 굳은 결심을 알고 수박 하우스의 절반을 떼어줬다. 이렇게 해서 2012년 비닐하우스 4채로 시작한 딸기 농사가 지금은 15채로 늘었다.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그의 딸기 하우스는 독보적인 농사법이 더해져 3.3㎡(1평)당 40만원의 높은 소득을 자랑한다.

일찌감치 딸기 재배의 성패가 육묘과정에 달렸다고 깨달은 그는 전국의 이름난 딸기 농가를 찾아 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무작정 찾아가 고개 숙이고 노하우를 가르쳐달라 사정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실험을 반복해 나만의 육묘법을 찾는데 몰두했지요."

그 결과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생산하는 딸기를 육묘와 함께 일년내내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일 년에 한 번인 육묘 생산을 세 번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도 터득했다.

다양한 수상 경력의 이호명 대표
다양한 수상 경력의 이호명 대표

[촬영 천경환 기자]

이를 통해 그는 전국 최고 수준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배운 정보통신기술은 정교한 스마트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팜을 하우스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시공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구현하면서 일반 스마트팜보다 훨씬 더 촘촘한 기능을 탑재한 정밀환경제어시스템을 갖췄다.

이 같은 첨단 재배시설에서 생산하는 그의 고품질 딸기는 95% 이상 직거래로 팔려나간다.

별도의 판매장에는 하루 평균 100여대의 차량이 드나들며 마치 드라이브 스루 방식처럼 딸기를 사 간다.

이에 따른 연 매출은 7억∼7억5천만원으로, 경매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다.

그는 "'내가 생산한 것은 내가 판다'는 철학과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서 "후배들에게도 항상 내가 생산해서, 내가 판매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노하우 알려주는 이호명 대표
후배들에게 노하우 알려주는 이호명 대표

[촬영 천경환 기자]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선도농으로 자리 잡은 이 대표는 요즘 청년농업인 육성에 관심이 많다.

현재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청년CEO과정 딸기 주임교수와 한국농수산대학교 장기 현장실습 교수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을 밴드, 공부방, 연구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농지 선택부터 하우스 설계·시공은 물론 재배·판매까지, 딸기 재배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농업전문학원을 설립하는 게 그의 새로운 목표다.

이 대표는 "첨단화된 농업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정부 지원정책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농촌은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다만 농사를 시작할 때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년 안에 딸기 재배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가르치는 농업학원을 만들려고 한다"며 "예비 청년 농업인에게 실패 없이 농사짓는 법과 희망을 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jeon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3/27 08:00 송고